봄날 이른 아침이었죠.
사람들이 우르를 몰려와 저와 제 친구들을 요리조리 구경하더라구요.
키도 재보고 몸집도 뚫어지게 보더라구요.
그러더니 제가 마음에 든다며 저를 데려가더라구요.
제가 간 곳은 정원이었죠.
땅을 크게 파고는 기름진 음식을 잔뜩 넣더라구요.
갈증이 날 거라고 물도 실컷 먹여 주고요.
그리고 넘어질세라 꽁꽁 밟아 주고
그래도 넘어질세라 받침목도 세워 주더라구요.
그리고 매일 매일 얼마큼 자랐나, 새 잎이 돋았나 눈여겨 보더라구요.
주인님의 관심과 사랑에 저는 늘 행복했지요.
저는 주인님 기대만큼 키도 커지고 몸집도 커지고 가지도 쑥쑥 자라고
푸른 잎도 가득 매달게 되었지요.
저는 마음먹은 대로 맘껏 크게, 맘껏 높게, 맘껏 넓게 자랐지요.
땡볕 뜨거운 여름날이 되니 주인님이 참 좋아하더라구요.
"녀석! 참 잘 자라는구나. 시원한 그늘이 생겼구나."
전 행복했지요.
저 때문에 기뻐하는 주인님의 미소를 보며 행복에 젖었지요.
가을이 되었지요.
신선한 바람이 불었어요.
제가 달린 푸른 잎이 노래지더니 하나, 둘 떨어지더라구요.
찬바람이 불자 하늘을 향해 뻗던 제 팔들, 제 가지들만 앙상히 남더라구요.
어느날 오후..
주인님이 사다리를 타고 제게 오르는 거예요.
긴 톱을 가지고 말이죠.
그러더니 제 몸통만 두고 머리, 팔 모두 자르는 거예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 마구 자르는 거예요.
제 밑엔 잘린 제 가지들이 쌓이는 거예요.
저는 주인님의 표정을 보았죠.
화가 나신 걸까?
그런데 그게 아니였어요.
주인님 얼굴엔 전혀 화난 표정이 적셔져 있질 않은 거예요.
저는 영문도 모를채 그냥 있을 수 밖에 없는 거예요.
가지를 모두 자른 주인님이 사다리에서 내려가시더라구요.
그리고 일을 끝냈냐고 묻는 아줌마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녀석, 가지를 쳐 줬으니, 내년엔 더 튼튼하게 자랄거야...."
필요하다면,
유익하다면,
이해 못할 아픔도 있을 수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