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메아리 부활특집호

2001. 4. 15. 오후 1: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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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간행물 민둥메아리 부활특집호(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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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월 15일 발행

편집인: 원재현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신부

주  간: 박창엽 파비아노 신부, 정영희 크레센시아 수녀

편집장/편집인: 김은영 크리스티나(북치고 장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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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사>

민둥산에는 메아리가 없다.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 알죠?)

그러나 민둥산에 올라가서 "야호~!" 하고 외치는 건 내 맘이다.

- 민둥메 禿山洞 초등부 주일학교 교감 -

 

[부활행사] 초등부 주일학교 부활파티

천주교 서울대교구 독산동 성당 초등부 주일학교는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아 (편의상) 14일 오후 시끌벅적한 부활 미사와 파티를 즐겼다. 불을 끈 우중충한 분위기로 십자가의 길만 하다가 오랜만에 밝은 성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독산동 초등부 주일학교의 부활 풍경을 전격 공개한다.

 

- 어? 그새 몸이 굳었나!?

사순 시기에 레크를 금하던 오랜 관습에 따라 무려 6주간이나 참아야 했던 레크를 드디어 재개하였다. 정신없이 빠른 템포와 쉬운 율동으로 어린이들에게 오래오래 사랑받는 양대 고전 ’닭장에 가던’(골골 7년)과 ’무화과 나뭇잎이 마르고’(5년째 장수)를 시작으로, 해마다 부활이면 생각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또한 5년째)과 새 노래 ’아기 오리의 기도’가 이어졌다. 두 댄서 글라라 선생과 미카엘 선생은 멋진 율동을 보여 주려 애썼지만 실수가 잦았고, 모처럼 화사한 의상으로 모든 학생의 눈길을 끈 싱어 힐데가르다 선생은 레크에 정신이 팔려 성가 연습 시간을 넘겨 버리기도 했으며, 반주 크리스티나 선생은 멜로디를 살린답시고 기타줄을 뜯다가 계속 ○사리를 내어 분위기 혼란에 일조한데다, 어린이들은 노래와 율동을 잊어버렸거나 처음 접해 본 탓에(올해 주일학교에 새로 등록한 어린이들의 경우를 가리킴 - 편집자) 동작이 서툴러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나 이렇게 모든 것이 엉성한 가운데서도 오랜만에 신나는 노래와 율동을 즐긴 덕에 미사가 시작할 당시의 분위기는 매우 활기찼다. 그런데...

 

- 부활맞이 미사 개편

여태껏 해 온 사지선다 퀴즈 강론이 서서히 한계에 봉착함을 느낀 박창엽 파비아노 지도신부는 일찍이 부활을 맞아 미사와 강론 프로그램을 일부 개편하기로 마음먹은 바 있다. 화사하고 예쁜 제의를 입고 입당한 박 신부는 오랜만에 노래하는 대영광송에서 두 팔을 흔들어 번쩍 드는 새 율동을 선보였는데, 반응은 신나게 따라 하거나 거부반응을 보이는 양 극단으로 갈렸다. 오랜만에 부르는 서울대교구 시안 2양식 ’알렐루야’도 워낙 고도의 가창력이 필요한 곡이었기에, (감이 안 오면 한번 불러 보시라) 부르기가 매우 힘들었다.

드디어 개편의 하이라이트, 강론! 박 신부는 무선 마이크를 들고 유치부에서 6학년, 성가대, 전례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자리를 두루 누비며 복음에 대한 퀴즈를 내고, 맞추는 어린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었다. 예나 지금이나 공짜에 약한 것이 어린이들이라, 어린이들은 눈에 불을 켜고 문제를 맞추려 애썼다. 문제를 맞추지 못한 3학년에게는 기회가 한 번 더 있었는데, 패자부활 퀴즈는 ’OX’ 형으로 나와서 먼저 손 드는 사람이 상품을 차지하는 속도전이었다. 열띤 퀴즈는 참 좋았는데, 갑자기 마이크 소리가 죽은 다음부터 분위기가 흐트러진 점이 매우 아쉬웠다. 즐겁고도 가지런한 미사를 드릴 묘안을 마련하려면, 역대 지도신부들과 교사들의 우수한(물론 검증된) 내공을 활용하심이 어떠할지, 교사들도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이다.

 

- 먹는 게 남는 거야!

1999년에 처음 시도한 방법을 따라, 올해도 역시 ’파티의 핵심은 먹는 것’이라는 신념 아래 달걀요리잔치를 벌였다. 사실 삶은 달걀 두 개를 먹느니 조금 더 투자하여 맛난 요리를 먹는 것이 더 보람차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연합회에서 보조한 달걀 열 판에서 다섯 판은 꾸미고, 나머지 다섯 판은 요리 재료로 썼다. 지난해에 모든 학년이 요리를 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을 거울삼아, 올해는 최고 선배인 6학년이 솜씨도 뽐내고 동생들에게 봉사하는 뜻에서 요리를 맡기로 했다. 물론 이는 6학년 담임 힐데가르다 선생이 회합 시간에 피치못할 사정으로 자리를 비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메뉴는 달걀이 들어간 떡볶이, 당근과 부추가 들어간 달걀말이, 달걀을 넣은 샐러드 샌드위치. 떡볶이는 자모회에서 하는 것이고, 달걀말이와 샌드위치는 6학년 어린이들이 만들기로 결정한 메뉴였다. 넓지 않은 주방에서 어린이들이 요리를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던 데다, 어린이들을 데려온 저학년 자모들이 요리를 돕겠다고 나선 탓에 어린이들이 할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나름대로 달걀 부치기, 샌드위치 속 넣기, 칼질하기 등등 어린이들은 즐겁게 요리를 하였고, 자기들 몫의 간식을 희생해 가며 위층 교리실까지 간식을 날라 줌은 물론, 동생들이 떠난 뒤에도 넓은 강당을 깨끗이 청소하는 의젓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평소 교사들에겐 이 학년 어린이들이 말썽 많고 반항기 넘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에 그들의 모습은 더욱 빛났다.

한편 강당에서는 3-5학년이 달걀 바구니를 만들었는데, 온갖 재료들이 널려 있는 데다 저학년이 작업을 끝내고 밀려드는 바람에 간식 시간은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이는 교사들의 불찰임이 틀림없다. 어린이들이 작업을 재미있게 했음에도 이런 혼란이 빚어진 데 대해, 회합 내용을 없던 사람에게 알려 주어야 했네 알아서 해야 하네 옥신각신 큰소리가 오가기도 하였다. 뻔한 귀결이지만, 결국 없던 사람은 회합 내용을 확인하는 성의를 보여야 하며, 교사회는 모든 교사가 일의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최소한 배려한다는 합의를 보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제발 이것만큼은 오래 잘 지켰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 본다.

한때의 정신없음으로 회합 분위기는 문책과 반성이 뒤섞여 우울해졌지만, 회합 전후의 비공식적 논평을 들어 보면 부활 파티는 나름대로 즐거웠고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왜 그러냐면...

 

- 너네는 그리니? 우리는 찍는다!

유치부, 1학년, 2학년 어린이들은 마루방에서 달걀 장식을 하였다. 저학년 어린이들은 손놀림이 서툴러 달걀에 그림을 그리면 깨기 십상이라는 소화데레사 선생의 조언을 받들어, 스폰지를 작게 잘라 물감을 묻혀 달걀에 찍는 방법을 택했다. 즐겁게 작업하기는 하였으나 세 학년이 한데 모이니 혼잡하였고, 유치부 어린이들은 달걀 장식의 개념을 몰라 장식은 안 하고 던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1학년 글라라 선생은 물감에 물을 탄 것이 실수였다고 전하였다. 그나마 1, 2학년 어린이들이 달걀을 비교적 예쁘게 꾸민 덕에 고학년 어린이들도 흐뭇하게 달걀 선물을 받아 갈 수 있었다.

 

- 과대평가? 과소평가?

3,4,5학년은 지하강당에서 달걀 바구니 장식을 하였다. 5학년 월례교육 때 배워 온 방법으로, 양면 색상지를 16절지 크기로 잘라 달걀 하나 크기에 딱 맞는 바구니를 만들었다. 어린이들 앞에서 교사가 큰 견본을 보여 주며 설명하였는데, 처음에는 잘 따라 하던 어린이들이 후반에는 매우 헷갈려하며 지도교사에게 일제히 달려드는 바람에 일대 혼란이 벌어져, 그 다음 과정에 차질이 생겼다. 특히 바구니 모양을 만들기 위해 가위집을 내고 옆면을 세워 붙이는 과정에서 비뚤어진 것, 넓적한 것, 좁다란 것 등 실로 여러 가지 버전이 창출되어 고학년 교사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독산동 미화부장 테오필로 선생은 시범용 종이를 단면 색상지로 쓰든지 하여 어린이들에게 ’선’을 확실히 보여 주어야 했다고 논평했다. 비록 바구니 모양은 제각각이고 실패작도 많이 나왔지만, 작은 바구니를 직접 만들어 달걀 선물을 담아 가는 어린이들은 매우 신나했고, 크리스티나 선생은 뒤늦게 바구니를 발견한 6학년 어린이들을 위로할 겸 10분만에 바구니 네 개를 만들어 해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나중에 어린이들에게 종이를 한 장씩 쥐여 주며 가르쳐 주지 않았던들 얼마나 더 붙들려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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