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남편

초안산호랑이·2004. 11. 9. 오후 6:52:42
바람난 남편

아는 사람의 남편이 바람을 피워 이혼하자 주변사람들은 출장이 잦은 남편을 둔 내게 걱정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열 여자 싫다는 남자 없다. 네 남편도 남자인데 여자 싫다고 하겠냐. 한번쯤 의심해 봐야 돼.”
그래서 의심해 보기로 했다.
참 이상한 것은 7년 동안 믿어온 남자인데 의심하기로 작정하고 지켜보니 모든 점이 의심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던 차, 모두가 잠든 새벽 1시. 그 깊은 어둠 속에서 남편의 핸드폰이 울렸다.
“닐리리야 닐리리야 니나노---.”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는 남편. 가만히 전화기 저편의 목소리를 듣고만 있더니 알았다며 끊는다. 잠든 척하며 숨을 죽이고 있던 내가 얼핏 듣기로는 여자 목소리 같았다. 남편은 잠시 고뇌와 번민에 찬 모습으로 갈등하더니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그리고는 내가 자는지 확인하더니 살금살금 바깥으로 나갔다.
헉!! 설마 했더니, 내가 그렇게 믿어왔던 남편이, 이 밤중에 여자 전화를 받고 만나러 나갔다?
자는 척하고 있다가 벌떡 일어난 나는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순간적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후 명쾌한 결론!!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데 사임당인 척할 필요가 어디 있나, 무조건 따라나가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우는 거다. 그러나 만약 남편이 내가 아니라 그 여자 편을 들면 어쩐다?
궁상맞은 생각을 하며 떨리는 가슴으로 앉아 있는데 남편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급하게 나가느라 지갑을 안 들고 간 것일 게다.
조강지처에게 배신을 때린 바람난 저 인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순간 결심한 나는 벌떡 일어나 문 앞에 딱 버티고 서 있었다. 야구 방망이 하나만 있었으면 딱 좋겠구만!
문을 여는 순간, “으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지는 남편. 바람피우는 것을 상대방에게 들켰을 때보다 더 무서울 때가 어디 있겠는가.
“당신은 현행범이야, 이제 무슨 변명을 해도 소용없어. 내가 다 봤어!”
뒤로 자빠진 남편 앞에 산발한 머리를 하고 서서 분노로 씩씩대는 사임당, 이건 그야말로 완벽한 미스터리물의 한 장면이었다.
“전화한 ×, 누구얏!”
슬금슬금 다시 일어나던 남편이 분위기가 장난이 아님을 깨닫고 사실대로 불었다.
“여…옆, 옆집 아줌마….”
뭐라꼬? 옆집 아지매? 아니 적이 그렇게 가까이 있었더란 말인가?
“그 여자가 왜 전화한 거얏! 이 밤중에 남의 남자한테! 왜! 왜!!”
남편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듯, 아니면 나를 포기하고 그 여자를 택한 듯 놀라고 당황하던 조금 전의 모습과 달리 되려 당당해진 모습으로 침대로 갔다. 그러면서 툭 던지는 말.

“차 빼 달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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