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의정부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소공동체와 신앙의 해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그리고 교우 형제자매 여러분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1. ‘소공동체와 하느님 말씀의 해’를 돌아보며
우리 교구는 지난 2012년을 ‘소공동체와 하느님 말씀의 해’로 보냈습니다. 2012년은 우리 교구에서 소공동체 운동을 실천해 나가는 첫 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실천은 ‘소공동체 지도자 교육의 충실화’와 ‘하느님 말씀에 대한 관심 고취’였습니다.
소공동체 지도자 양성을 위해서는 기존에 행해지던 교구 중심의 구반장 교육보다는 지구별로, 본당별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에, 지구 차원이나 본당 차원의 구반장 교육을 권고했습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 사목적 활동들에 신경을 써야 하는 본당 사제들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지난 1년간 각 지구, 각 본당에서 소공동체 지도자 교육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기뻤습니다. 그 결과 지구 차원이나 본당 차원의 구반장 교육이 자리를 잡아 가게 되었습니다.
또한 하느님 말씀과 관련해서도, 지난 1년 동안 견진성사나 사목방문의 기회를 통해 본당을 방문하면서 많은 본당들이 하느님 말씀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미사 때마다 성경을 함께 읽고, 성당 로비에 성경을 안치해 놓고 함께 필사를 하고, 소공동체 모임에서 성경을 나누는 모습들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이런 모습이 2012년 ‘소공동체와 하느님 말씀의 해’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가기를 바랍니다.
지난 한 해 사목교서가 지향하는 방향에 기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신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 하느님 말씀과 이웃을 지향하는 소공동체
2013년은 우리 교구에서 소공동체 운동을 실시해 나가는 두번 째 해가 됩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열심히’ 소공동체 운동을 추진해 나가도록 합시다.
지난 1년간 각 지구, 각 본당에서 소공동체 운동을 열심히 추진했지만, 그와 더불어 어려움들도 느끼고 있습니다. 흔히 “반모임 참석이 힘들다”, “복음나눔이 어렵다”, “남성 모임이 잘 안된다” 등의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개선 방안이 제안되기도 하고, 때로는 부정적인 판단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구체적인 어려움들에 일희일비 하기에 앞서서, “소공동체 운동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많은 이들이 “소공동체 말고도 시급한 문제들이 많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본당도 신설해야 하고, 여러 가지 교육 기관과 사회복지 기관도 만들어야 하고, 쉬는 교우 문제나 청소년 신앙 교육 문제, 노인 신자들에 대한 배려 등 시급한 사목적 과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공동체 운동은 교회가 당면한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소공동체 운동은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 말씀(=예수 그리스도)과 이웃을 향해 끊임없이 쇄신하고자 다짐하는 것입니다. 신자수가 늘고, 본당이 늘고, 신자들이 성당에서 열심히 그리고 기쁘게 생활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입니다. 그렇지만 자칫 잘못하면 성당 울타리 안에서만 우리끼리 즐겁게 지내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기 가정만의 행복을 바라는 기복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소공동체 운동은 하느님 말씀과 이웃을 지향하는 보다 성숙한 교회의 모습을 살기 위한 이상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그리고 이웃을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소공동체의 이상은 하루 아침에 달성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소공동체 운동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열심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3. 신앙의 해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2012년 10월 11일부터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1년간을 신앙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신앙의 해는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우리들의 믿음을 점검해 보는 시기입니다. 우리들은 세례를 받았으며, 미사에 참례하고, 여러 가지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애덕을 실천합니다. 이 모두가 우리의 믿음 때문에 이루어지는 일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믿음이 우리의 삶 속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신앙의 해는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라는 초대입니다.”
신앙의 해를 구체적으로 지내는 방법에 대해서 교황님께서는 [가톨릭교회교리서]를 모든 신자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마음에 새길 것을 권고하십니다. 우리의 믿음이 우리의 삶에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믿는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해는 일회성 행사로 치루어질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신앙 전수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과 성찰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신자들은 교구 주보에 게재되는 ‘간추린 가톨릭교회교리서’를 이용하여 이미 알고 있던 교리 내용을 명확히 정리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본당 사제들은 신자들이 교리 공부를 심화시킬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도움을 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본당에서 행해지던 여러 가지 신앙 교육들(예비신자 교리, 견진 교리, 첫영성체 교리 등등)이 보다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해 주기를 바랍니다.
지구 차원에서는 2013년부터 매년 10월 각 지구별로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날’을 거행하도록 합니다. 그 내용은 1년간 교리교육에 헌신한 봉사자들의 체험을 듣고, 그들을 격려하는 것입니다.
4. 청소년들의 복음적 사도 양성
청소년들에게 있어 ‘소공동체와 신앙의 해’는 신앙의 전수를 위한 교회의 고유한 사명을 신중하면서도 충실하게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교회의 전통 안에서 배우고 익힌 신앙의 내용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생활하는 교회의 사람으로 성장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말씀 중심의 삶으로 이끌려지고 복음적 삶의 가치를 깨달으며 살아가는 청소년 사도로 양성되어야 합니다. 그 노력은 무엇보다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교회가 연대하여 함께 이루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보여주는 확고한 믿음과 복음적 생활을 통하여 청소년들은 소공동체 정신 안에서 신앙을 배우고 살아 갈 수 있는 바탕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청소년 지도자들이 복음적 삶에 대한 확신으로 말씀의 메시지를 바르게 전달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는 신앙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며 다양한 양성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청소년 사목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노력은 주일학교나 단체 양성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가정과 본당, 지구와 교구의 밀접하고 유기적인 협력 안에서 적용될 것입니다. 다양한 방법과 신앙에 기초한 양성교육은 청소년들이 사도로 성장되어 복음적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참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줄 것입니다.
5. 신앙의 해와 사회복음화
믿음을 견고하게 하는 이러한 노력들은 애덕을 실천함으로써 완성됩니다. ‘신앙의 해’를 보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알고, 믿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믿음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야고 2,20)
이미 우리 교구에서는 “소공동체의 완성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해왔습니다(2010년 사목 교서). 이제 ‘신앙의 해’를 맞이하여, 그 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해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본당의 사회사목분과를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조직으로 보다 더 효율적으로 강화하고, 본당의 예산 10%를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올 한 해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한 마음이 되어 우리의 신앙을 깊이 성찰하여 풍성한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신앙 여정에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간청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사도적 축복을 드립니다.
2012년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천주교 의정부 교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