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픔 청결한 곳에서 ))
피가 빛이 되는 사랑보다
더 멀리 더 오래 내닿는 음향 있을까요
나는 여기 십자가 그늘 에 앉아
목마름으로 편지를 씁니다
살아서 잊지 못할
죽어서도 잊지 못할 사연 띄우노라면
골짜기에는 물소리 깊습니다
하늘에는 바람 푸르게 높습니다
다 비워 놓고
자랑스레 생명 들고 나오는 흰 구름들
나는 아픔 청결한 곳에서
온 몸 기울여
자비로운 물결에서 편지를 씁니다.
내 오지 뜨거운 편지 하나 들고
숨차게 무덤의 모퉁이를 돌아
달리고 달려 다시 연풍 자락에 닿으면
나는 무더운 여름 지나
여기 단풍잎 하나로 밝아질까요
곱게 흔들리다가 떨어지면서
성인의 옷자락 한 구석 스칠 수 있을까요
*** 연풍
박해를 피해 험하고도 높은 문경 새제를 넘어와 숨어 살았던 신앙촌이었다. 병인박해 때 충남 보령군 갈매못에서 순교한 성인 황석두 루가의 묘화 동상이 있다 . 이곳은 그의 고향이다. 그는 학식과 신앙이 깊어 성서번역의 사전편찬에도 힘을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