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에서

김윤홍

2005. 4. 27. 오후 3:40:31


 ★  살아선 성당, 죽어선 천당 ★ 
 
      -이형철 신부(안동교구 옥산본당 주임) -

주일 오후가 되면 외남공소에 미사를 드리러 간다. 
공소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신자들도 모시고 가야 하기에 
봉고차를 몰고 간다. 

10분쯤 가면 제일 먼저 차에 오르시는 할머니 한분이 계신다. 
외남공소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 
열일곱에 시집와 여든일곱이 되기까지 
줄곧 외남땅에 살아오신 분이다.

할머니 집 앞 큰길에서 2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해놓았는데 
한시간 전부터 나와 기다리며 묵주기도를 바치고 계신다. 

환한 얼굴로 차에 오르시는 할머니께 
"할머니, 잘 계셨어요?"하고 인사드리면 
"예, 다 편해여" 하신다. 

점심을 먹고 잠시 나른해진 기운도 
할머니 환한 얼굴을 보면 다시 생기를 얻는 듯하다.

공소미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내리시는 할머니가
빠짐없이 던지는 '멘트'가 있다. 

"우리 집에 가서 커피 한잔 잡숫고 가!" 
빨리 가서 쉬고 싶고 놀고 싶은 마음에 핑계삼아 
"오늘은 약속 있어요. 다음주에 들를게요"
하며 사양할 때가 더 많다. 

그것도 한두번. 계속 거절할 수 없어 
가끔씩 집에 들러 커피도 한잔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할매, 안 심심해요?" "
왜 안 심심해? 혼자 살면 다 그렇지 뭐." 
꾸밈없이 허허 웃으시며 늘 기분좋게 사시는 할머니를 
마주하면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한동안 서울 따님댁에 다녀오셨던 기억이 나서
 "요즘은 어디 안 가시고 계속 집에 계시네요?"
하고 여쭈었더니 

"내가 갈 데가 어디 있어? 이젠 늙어서 갈 데도 없어. 
딱 한 군데 있긴 있지. 
'살아서는 성당이요, 죽어서는 천당이라'" 하신다. 
할머니의 재치 넘치는 말씀에 한바탕 소리 내어 웃었다.

 "살아서는 성당이요, 죽어서는 천당이라…." 

참 재미있고 뼈있는 말씀이라 한참을 되뇌었다. 
오랜 세월 신앙생활이 몸에 밴 말이다. 

일편단심 하느님께 의지하고 성당에 열심히 다니며 
몸가짐 또한 가지런히 하셨을 할머니께서 
말 그대로 천당 못 간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 성급하지도 않고 할 일을 소홀히 하지도 않으며 
욕심 없이 스스로 자족할 수 있다면 
이미 하늘나라에 닿아 있지 않을까?

오른손에는 지팡이, 왼손에는 묵주를 쥐고 
유유히 걸어가시는 할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그렇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사목일기 에서-
 




주님의사랑과 은총이 충만한 하루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