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여행기-

전양숙(이사벨라)·2005. 8. 25. 오후 2:36:58
 

-영국 여행기-

 

우리는 그날 딸 안나와 신부님 셋이서 런던의 빅토리아역 근처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성당에 갔었다. 우리가 들어섰을 때 성당에서는 미사가 막 끝나가고 있었다. 성당의 모자이크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장미의 창에 예수님과 성모님의 일생이 그려져 있었고, 예언자 예레미야를 비롯하여 이사악, 아브라함의 모습이 장중하고도 아름답게 회중을 굽어보고 있었다.

 

성바오로 서원의 지하에서 성물을 사고 나오는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나고 연달아 소방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렸다. 그때 안나의 휴대전화도 동시에 울렸다. 한인성당 자매가 혹시 시내에 간다더니 연속 폭팔 소식에 별 일 없나 싶어 놀라서 전화를 한 것이다.

 

그때 우리는 이미 시내 관광을 하려고 일 인당 25,000원이나 하는 이층버스 표를 구해놓은 상태여서 약간 갈등을 하게 되었다. “아, 인명은 재천이요, 그리고 저기 미카엘 천사장께서 칼을 들고 우리를 지켜주고 계신데 뭔 걱정이세요”하며 신부님이 우리를 끌었다. 신부님의 든든한 백(?)도 있었고 버스 삯도 아까워 덜렁 관광버스를 타긴 했지만 지나가는 경찰차와 소방차를 볼 때마다 발밑이 오그라들었다. 입에 침이 마르는 고통을 표현은 못하고, 신부님이 포즈를 잡으라고 하면 손으로 V자를 그리면서도 속으로는 연신 성모님과 수호천사님께 기도를 바쳤다. 그 긴 악몽의 순간에 우리를 지하 성물방에 안전하게 보호해 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깊이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악이 악을 부르는 것처럼 테러가 테러를 부르는 이 현실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안나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날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아들, 딸과 오래오래 기도를 바친 날이다.

<전양숙․이사벨라 / 서울교구 장위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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