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복장에 대한 나의 시각의 변화
설날과 추석 명절이 되면 꼭 교통대란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그때를 가리켜서 ‘민족 대이동’이 일어났다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런 민족 대이동의 시기가 한 차례 더 생긴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름철 피서 시기입니다. 그래서 본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다 보면 명절 전후에 많은 신자들이 주일에 빠져나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명절 시기뿐만이 아니라 행락 철과 피서 때에도 신자들이 주일에 빠져나간 것이 눈에 띄게 마련입니다. 이런 주일미사 참례를 하는 신자 분들을 보면 다른 때보다도 더 반가운 느낌이 듭니다.
한여름이 다가오면서 신자분들의 복장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미사 자체가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이니 만큼 엄숙한 제사 차림은 아닐지라도, 좀 경건한 복장으로 미사참례에 임했으면 하는 바램이 지나친 욕심일까요? 그래서 예전에는 날씨가 더워지면 미사참례를 할 때 너무 단촐 하다 못해 야한 복장을 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곤 하였습니다. 특히 형제분들이 미사 때 반바지에 맨발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성당에 오시는 것을 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복장에 대한 잔소리를 덜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자매님들의 소매 없는 옷, 너무 짧은 치마나 바지가 눈에 거슬리고 형제님들의 반바지, 슬리퍼, 맨발이 눈에 거슬렸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자매님들의 경우에는 너무 눈에 띄는 경우를 제외 하고는 대충 눈감아 주기로 했고, 형제님들의 경우에도 세 가지 나쁜 조건을 죄다 갖추지만 않는다면 괜찮게 보기로 했습니다. 세 가지 나쁜 조건은 반바지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경우입니다. 가만히 보니까 비록 반바지는 입었어도 양말은 신고 온다든지 맨발이지만 운동화는 신었다든지 해서 세 가지 허물을 다 갖춘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시각이 너그러워진 이유는 이것입니다. 첫째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사회적인 추세가 반바지를 비롯해서 짧은 옷에 대해서 시각이 너그러워졌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이유는 그래도 미사에 온다고 슬리퍼 대신에 운동화라도 신고 양말이라도 갖춰 신는 정성을 감안하기로 했습니다.
더운 여름철이라도 주일미사를 거르지 않음으로써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하시는 모든 분들께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여름철 미사 복장에 대한 저의 시각이 좀 너그러워지긴 했지만, 미사참례할 때의 복장은 계절에 상관없이 최고의 경건한 복장이 되어야 하고, 주님은 예의를 갖춘 신자들로 인해 최고의 존경과 흠숭을 받으셔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김영국․프란치스코 신부/서울교구 등촌3동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