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전북송(南電北送)의 날을 기다리며……

한윤수(로사)·2005. 8. 25. 오후 2:23:49
 

남전북송(南電北送)의 날을 기다리며……


지난 90년부터 4년간 미얀마(옛 버마)에 살았었습니다. 편의시설과 질서가 흠잡을 데 없는 싱가폴에서 살다 그곳에 가니 다른 무엇보다도 전기(電氣) 부족만큼은 못견디게 힘들었습니다. 수도인 랑군 시내의 상류층이 산다는 곳에 집을 얻어 소위 특선(特線) 혜택을 보는데도 온 집안에 형광등 너더댓 개 정도만 간신히 켤 정도로 전기가 공급되니 아예 냉장고․에어컨 등은 소용이 없었습니다.

 

큰 병원에서도 정전(停電) 때문에 수술조차 제대로 못한다는 형편이었으니 전기 부족이 오죽했겠습니까. 잦은 정전이 일상화 되어 있어서 집안에 양초는 필수품 이었습니다.

지방으로 가보면 사정은 더욱 말이 아닙니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6시경부터 밤11시까지 전기가 공급되는데 온 집안에 딱 형광등 하나만 켤 정도였습니다. 백열구를 쓰면 전기가 너무 약해서 잘익은 살구 빛깔이 나죠. 거기선 전기 없는 집이 대부분이고 전열기구는 구경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도 지방에선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사정이 열악하기는 이북(以北)도 같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을 보거나, 압록강 건너 중국땅에서 보거나 아니면 직접 방문했던 사람들의 전언(傳言)을 들어보면 더 나쁘면 나빴지 결코 이보다 낫지는 않을 게 확실합니다.

이런 어려운 일을 직접 겪어본 터이기에 저는 우리 정부의 200만kW/h 전기 제공 제의를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그것이 비록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제안된 것이고 北측의 반응이 아직 나오지 않았음에도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합니다.

 

혹자는 보내준 전기가 우리 뜻과는 달리 군수(軍需)용으로 쓰이거나 그 비용이 너무 큰 부담이 된다고 걱정하기도 합니다만,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참뜻을 이해시키고 이후 감시 장비로 얼마든지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염려는 안 해도 될 것입니다.

 

할 말은 제대로 못하면서 너무 퍼주기만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식량과 최소한의 전기가 없이는 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들’의 배고픔과 등(燈) 하나 켜지 못하는 설움과 고통을 이해한다면 요만큼의 부담은 우리가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나라도 아닌 내 민족이고 언젠가는 필연코 함께 어울려 살 운명일진대 투자도 하고 미리 정(情)도 쌓아놔야 할 것 아닙니까.


염려해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사회 일부에서 ‘무조건적인 통일’에 대한 환상을 갖거나 이에 편승하여 정치인들이 벌이는 분별없는 정쟁입니다.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통일만이 진정한 통일입니다. 북한에 대한 전기 공급이 진정 통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이로써 우리 세대가 후세에 자랑스런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겠습니다.

 

<한윤수․로사/서울교구 수유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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