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대로……

한재희(비오)·2005. 8. 24. 오후 8:26:01
 

법’대로……


지난 3월의 일이죠.

아무 탈없이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던 경제부총리가 ‘흠’이 발견되어 졸지에 물러났습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의 장(長)되는 분도 과거 이리저리 주민등록을 옮겨가며 재산을 불렸다고 해서 물러났습니다.

 

애써서 저축을 했건 물려받은 재산이었건, 아니면 횡재를 했건 그것도 아니면 조금은 떳떳치 못한 방법으로 모았건 조금의 종잣돈이 있었던 것 까지는 어떻게 탓할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그 내역을 속속들이 모르고서야 탓을 해서도 안 되지요.  물론, 문제는 그 이후가 됩니다. 본인들은 춤추는 주식시장에 집어넣자니 언제 휴지조각으로 변할지 불안했을 수도 있겠고, 장기저축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하자니 낮은 이자율하며 또 옆에서 부동산 놀이로 금방 눈덩이처럼 불리는 사람들을 보고 불안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어느 지역에 언제 길이 뚫리고 소위 개발이 돼서 땅값이 오를 것이 뻔-하다는 고급 정보가 손에 쥐어지니 그것을 외면하기도 어려웠겠죠.

 

자기가 모르는 사이 아내가 했을 수도 있고, 노후에 그림 같은 자그만 집에 텃밭을 가꾸며 늙어갈 소박한 꿈을 그리며 장만했었는데 그만 기회가 어긋나 투기로 매도당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특수한 환경에 놓인 자녀의 장래를 위해 묻어놓았다가 때가 되어 처분하려고 했던, 부모의 순수한 마음 때문일 수도 있었겠습니다. 탁 털어놓고 해명해도 자꾸 꼬리를 무는 데야 당해 낼 재주가 없죠. 그러니 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 할 밖엔 방법이 없다는 것에 동정도 갑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단속하느라 시도때도 없이 각종 규제를 풀어내놓지만 여기에 저촉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법에 걸릴 일은 하나도 없었는데 무슨 ‘도덕성’이니 해가며 막무가내로 몰아가는 데야 하소연하기도 만만찮습니다. 정부․여당을 흠집 내는데 왜 하필 내가 걸려들었을까를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석연치 않기는 여전합니다. 언론에 이런 숨은 의도가 있다면 이 또한 지탄받아야 할 폭력 행위입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배울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법을 어겼거나 세금을 피해갔던 사람은 아예 주어진 자리를 받지 말거나, 미리 해명을 해서 법이 용서하고 민심(民心)이 받아들이면 그 때 공직에 나아가도록 말입니다. 투기로 의심받을 부동산 거래가 있었다면 동기와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그것도 민심이 받아들여주면 그 때 공직에 나아가도록 말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깝고 겁이나면 끝까지 사양을 해야죠. 공직(公職)이란 게 무엇입니까? 퍼블릭 서비스(public service)입니다.

 

국민들은 공직을 맡은 사람들이 현세의 법이 아닌 법위의 법, 곧 ‘하느님의 법’을 따르는 사람들이기를 원합니다. 성령을 받아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잉태한 마리아를 받아들인 요셉이 바로 ‘하느님의 법’을 실천한 사람입니다. 이 복잡한 세상에서 무엇이 ‘하느님의 법’인지 우리 모두 찾아내야 하겠습니다.

 

<한재희 * 비오 / 서울교구 상도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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