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헤메는 노숙자, 누가 구해야 하나?
길거리의 형제들,
그분들은 애초부터 가난한 부모나 결손가정에 태어나 배우지 못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공동체로부터 밀려난 사람도 있겠지만,
국가적 경제 위기로 일터에서 쫓겨나고 가족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영등포역, 을지로3가, 서울역 등 지하철역이나 공원 등에서 신문지나 상자 조각을 모아 추위와 싸워가며 노숙을 하다가 지하철역 직원에게 쫓겨나고, 환경미화원에게 밀려가며 하룻밤을 지새웠지만 눈을 떠도 아무데도 오갈 곳 없는 사람들.
가족과 헤어져 몇 년 동안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박OO씨(남, 51세)가 육체적인 고통보다 희망이 없을 때의 절망감을 들려주었다. “그냥 아프지 않고 밤에 자다가 조용히 죽었으면 좋겠어요.”
영등포역 부근 고가도로 밑에서 잠을 청하던 최OO씨(남, 41세)가 죽는 게 소원이라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심하게 풍겼다.
이런 사람들이 찾는 곳이 영등포역 부근에 있는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이고 무료 진료소 ‘요셉의원’ 같은 곳이다.
“그들은 환자예요, 자기 정신 가지고 어떻게 그 추운데 노숙을 하겠어요? 알코올의존증이거나 경제적 파탄으로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설 수 없는 딱한 사람들이지요.”
노숙자, 행려자, 알코올의존증 환자, 외국인 근로자 등 건강보험증조차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 해주고 돌보아 주고 있는 요셉의원의 선우경식 원장의 진단이다. 18년째 이들과 함께 살아오며 배고픔과 병마에 시달려 고통받는 사람들을 수없이 보아 온 그에겐 이들을 보는 눈이 남 다를 수밖에 없다.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는 게 우선이겠지만 어찌 보면 약보다 밥이 더 필요한 게 아닌가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배고픈 사람이 약을 먹어봐야 잘 났겠어요?” 선우경식 원장이 안타까워하는 소리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가난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어도 한끼니 따뜻한 밥은 줄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다행히 어느 기업에서 이 딱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식당 건물과 급식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했고, 서울특별시에서도 영등포역 부근에 있는 시 소유의 공원부지를 대여해 주겠다고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관할구청장이 “무료 급식소를 허가하면 노숙자가 우리 구로 몰려들 텐데 그걸 어떻게 합니까? 구청장이 인근 주민들로부터 돌팔매를 맞을 거예요”라며 허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그들에게 밥을 주고 치료를 해 주어야 할 곳이 어디일까? 이런 일은 당연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복지정책이 아닐까? 그런데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민간 기관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고 하는데도 정작 그들을 도와야 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손사래를 젓고 있는 것이다.
‘약보다는 밥을 먼저 주어야 하는 데……’
선우경식 원장의 하소연이 허공을 맴돌고 있다.
<변수만 * 바오로/서울교구 목동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