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내성지순례

순례자·2006. 4. 23. 오전 1:07:31

* 성지순례차 미리내 성지에서 이 분(경남 양산 웅상성당 신자분)들과 미사를 같이 드리고

  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이 분들중에서.. 한 분의 글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에 글 내용을

  소개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고 "미리내성지마라톤"에 동참하시면 좋을 것 같군요. 힘~!!

   (출처 : http://kr.blog.yahoo.com/sesil04/827.html)

  

 

 

 

살며,사랑하며
아, 미리내
2006/03/30 오후 12:24 | 살며,사랑하며

      지난 26일 본당 승격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하나로
      본당 전 신자가 미리내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그 하루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새벽 3시.
    전날 맞춰 놓은 알람 소리에 깨어, 간단히 샤워하고 평소보다는 조금 진하게 뽑은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미리 꾸려놓았던 작은 배낭에 넣은 후, 빵 한조각을 입에 물고 집을 나선 시간이 새벽 4시였다.
    하늘 아래 첫 동네 .. 은하수 별빛이 꿈결처럼 흐른다는 미리내로 출발하기 위하여.

    솔직히 이번 순례는 처음부터 썩 내키는 걸음은 아니었다
    우선 내 주변 사정이 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못되었고 미리내는 그동안 세 차례나 다녀온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면 이번 기회가 본당 교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자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순례에 참가 하도록 했고,
    지금 나는 그런 결정을 내리도록 이끌어 주신 우리 주님과 내 자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새벽4시. 멀리 가로등 불빛과 간간이 자동차의 불빛이 빠르게 흐르기는 했지만 사위는 어두웠다.
    곧 밝아 올 새벽 빛에 밀려 별도 보이지 않는 하늘이었지만 머릿결을 스치는 바람은 상쾌했다.
    성당에 모인 300여명의 교우들이 신부님의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각자 지정된 버스에 올라 성지로
    출발한 시간이 새벽 5시20분경.
    출발 후, 각 버스 조장님들의 인원 점검과 이것 저것 부수적인 점검 사항이 끝나고 삼종기도를 시작한 것이 새벽 5시57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삼종기도 바치는 도중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여명... 차창 밖으로 말갛게 밝아오는 새벽을 바라보면서 빛의신비를 묵상하는 내 가슴 속에는 무언지 모를 설레임이 가득 고여 오고 있었다.

    이번 순례 일정을 광야, 가나안, 이스라엘이라는 제목으로 정해 봤다는 신부님의 탈출기 컨셉은 출발부터 나를 깊은 묵상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유다민족이 이집트를 떠나 40년간의 광야 생활을 거치면서 고통받고 정화되어 꿈에 그리던 가나안 땅에 머물며 하느님의 선민이 되었듯 그리스도인으로 이스라엘에 머물러 살아가기 위해 정화되어야 할 나의 광야는 무엇인가? 깨닫게 해 주십사는 바램을 담아 묵주기도 바치던 내 눈에 들어오는 새벽 풍경은 평화, 그 자체였다.
    8대의 버스가 일열로 늘어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작은 장관을 이루고 있었고 도로 양옆으로 넓게, 아직은 아무것도 담겨져 있지 않은 채 누렇게 펼쳐져 있는 들의 기운은 그러나 생명이었고 희망이었고, 그 생명과 희망은 무언지 모를 힘을 내게 주고 있었다.
    누렇게 배를 드러낸 논과 밭이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것은 그 안에 숨쉬고 있는 생명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싹 틔울 파란 생명들이 그 안에 살아 있음을 내가 의심치 않기 때문에 그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봄의 기운은 기쁨이고 희망이며 그러기에 또한 부활이다.

    묵주기도가 끝나고 준비 되어진 김밥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친 후, 작은 침묵 속에 칠곡과 천안 휴게소를 거쳐, 오전 10시10분경 미리내에 도착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버스안에서 나름대로의 광야를 보내고 가나안땅에 도착한 것이다.
    성역 입구,
    환희의 신비로 시작된 묵주기도의 길을 따라 잠시 짧은 묵상에 잠기다 미사 시간에 맞춰 103위 기념 성전으로 올랐다.
    넓은 성전안에 울려 퍼지는 우리 성가대의 맑고 고운 소리는 본당 성전이 작았던 탓에 다 듣지 못하던 새로운 소리를 듣게 해 주었고 그 소리는 우리 성가대 실력의 빼어남을 다시금 알게 해 주었으며 그 역시 큰 기쁨이었다.
    3층 높이로 천정을 틔운 크고 넓은 성전은 크고 높은만큼 약간의 추위를 느끼게 했지만 순교성인들의 거룩한 신앙의 아주 작은 일부라도 닮아 갈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미사를 봉헌하는 마음들은 진지하고 엄숙했다.
    미사 봉헌 후, 동작이 느린 탓에 길고 긴 줄 맨 끝에서 어렵게 받아 든 점심은 달고 맛있었다.

    점심식사 후, 겟쎄마니동산으로 신자들을 인솔하신 신부님의 한쪽 어깨에는 무거운 스피커가 흡사 예수님의 십자가처럼 무겁게 매어있었다.
    식사를 제일 마지막으로 마친 나는 일정때문에 바삐 움직여야하는 일행들을 미처 따르지 못하고 뒤늦게 혼자 올랐다. 겟쎄마니로..
    언덕길에 마련되어있는 성모통고의 집은 제대로 묵상도 하지 못한 채 그냥 스쳐 지나갔고 동산 중턱, 아무렇게나 잠들어 있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 앞에서 저 모습이 내 모습이려니...생각하며 잠깐 회한에 잠기기도 했다.
    잠들어 있는 제자들을 뒤에 두고 곧 다가 올 수난을 생각 하시며 피땀 흘려 기도하는 예수님의 고통을 내 어느 상황에서, 나의 어떤 어려움에서 단 만분의 일이나마 느낄 수 있을런지...
    깊이 묵상하지도 못한 채 급하게 내려와 이미 시작 되어진 십자가의길 기도에 합류. 언덕을 올랐다.

    1처, 2처, 고통과 비탄의 언덕을 오르면서 머리속에 떠오르던 나의 십자가.
    그 하잘 것없이 작은 불평들, 내 욕심 때문에 움켜 쥐고 있는 내 스스로의 십자가. 그 먼지...
    버리겠다고 다짐했지만 어느만큼이나 실천에 옮길 수 있을런지, 그 또한 영원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무거운 십자가 지듯 그렇게 무겁게 메고 다니시던 스피커를 또 다른 시몬(?)에게 넘겨 주시고 300여명의 대군을 인솔하느라 그 준비에 몇날 며칠을 분주하셨을, 그래서 마르고 갈라진 목소리로 선창하시는 신부님의 기도를 따라 비통하고 가슴 저리는 십자가의길, 14처 기도를 마쳤다.
    14처. 애달픈 언덕길 볕바른 양지 한쪽에 함초롬이 피어있던 제비꽃 한무더기는 지금 봄이 오고 있음을, 그래서 지금이 절망이지 않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고, 긴 겨울을 인내한 부활의 기쁨을 미리 보여주고 있었다.

    자국 자국 애절한 걸음, 그 걸음이 끝나는 언덕 양지 바른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경당에서 김대건 신부님의 하약골에 친구하고 성모당에 잠깐 들러 인사 대신하고, 어쩌면 성모님보다 더 애절한 삶을 살았을 고 우르술라와 김대건신부님의 빈 묘를 뒤로 한 채 종종 걸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올라 약 20여분. 역시 수원교구에 속해있는 죽산성지에 도착.

    죽산....이진터, 잊은터.
    이름이야 어떠하든 그 곳 역시 순교자들의 애절한 사연이 서린 한 많은 땅... 계절상 아쉽게도 그 장관을 볼 수는 없었지만 넓은 광장 전체가 파랗게 잔디에 덮여있고 그 파란 잔디를 감싸 안듯 둥글게 조형되어있는 대리석 묵주알과, 묵주알을 위에서 덮어 감싸듯 둥글게 이어져있는 줄장미 넝쿨은 5월이면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다고 한다.
    그 곳에서 단체별 조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예정보다 조금 늦은 시간, 5시20분경 이번 순례의 마지막이며 우리의 종착지인 이스라엘을 향해 출발했다.

    죽산성지 출발 후, 조장님이 나눠주신 맥주 두 모금이 나를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게 했고 그 잠깐의 휴식이 새벽 3시부터의 피로를 말끔히 가시게 했다.

    오후 7시경, 칠곡 휴게소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은 밤9시 40분경 우리는 오늘 하루의 긴 여정을 감사드리며 우리의 일상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미리내 주임신부님께서 이런 소개 말씀을 하셨다.
    "웅상성당 신자분들은 성당 전체를 떠메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본당 주임신부님이 얼마나 극성스러운 분이신지 충분히 짐작하겠습니다." 하고,
    물론 우스개소리로 하신 말씀이었고 거기에 대하여 우리 신부님은
    "내가 극성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이끄심이고 우리 모두의 마음이 하느님에게로 향해있기 때문" 이라고 답변하셨지만 그러나 주임신부님의 그 뜨거운 극성(?)이 아니었다면 우리본당 전체가 이렇게 질서정연하게 그 먼 순례의 길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때로는 그 모습이 너무 분주하고 쉴틈없이 힘겨워 보여서 작은 쉼을 권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지만 신자들을 향해서 종종 걸음 치시는 신부님의 부단한 노력과 신자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
    간혹 그 사랑과 열정 때문에 감수해야하는 십자가의 무게. 그러나 당신의 그 십자가 덕에 보잘 것 없는 우리의 신앙이 이나마 조금씩이라도 다져질 수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주임신부님께 깊이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행사를 위해서
    숨은 자리에서 말없이 봉사해 주신
    본당의 모든 봉사자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 감사합니다.... 
                      se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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