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춘마 & 중마 후기입니다 ^^

김정호요한·2016. 11. 22. 오전 4:19:26

춘마, 중마, 그리고 가을 시즌 마무리

마라톤은 제가 제일,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좋아하는 무엇입니다.
올 가을 두번의 풀코스 완주를 포함해서 2008년부터 23번 완주를 했구요.
그렇다고 달릴 때마다 흥분되고 설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또 뛰어야 하나'라는 마음이 출발선에 설 때마다 들곤 합니다.
그래도 '자유'를 느끼는 순간이고, 매번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아마 쓴 보약과 같은 것인가봅니다. ^^

당초 가을 시즌은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4월 초 정말 오랫만에 참가했던 하프코스 대회에서 15km 이후부터 걷고 말았거든요.
정말 아프고 또 충격적인 경험이였습니다.
'기록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리 겨울내내 훈련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그래도 말이죠' ㅠㅠ

그래도 달리니 회복은 되더라구요.
5월 중순부터 매일 아침 파트리치오 형님과 함께 달린 덕분으로 맴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무더위가 가시니 페이스도 조금씩 좋아지더군요!
슬슬 가을 대회에서 3.3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고개를 들더군요 ㅎㅎ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풀코스 소화하기'를 올 가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춘마에서 배우고, 중마에서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풀코스를 소화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목표기록은 안전하게 잡기로 했습니다.
춘마 2주 전 5km TT.을 해보니 4:30/km 수준이였습니다.
10km은 4:50/km, 하프코스는 5:10/km, 풀코스는 5:30으로 페이스를 잡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춘마는 3:53정도, 중마는 3:52 정도로 달렸으니 거의 목표기록에 맞게 달린 셈입니다.
겨울 훈련을 열심히 해서 구간 편차를 15초로 당겨볼 생각입니다. ㅎㅎ
무엇보다도 체중이 좀 줄어야 가능하겠죠. ㅋㅋ

초반에는 '느긋하게' 달리기로 했습니다.
첫 5km은 꾀나 천천히 달렸습니다.
1km 당 10초 정도 느리게 달린 것같습니다.
두번째 5km 구간을 달리며 페이스가 안정화되어 10km 지점을 통과하면서 5:30/km 페이스에 도달했습니다.
그 후로 같은 페이스로 달리려 마음을 편하게 먹었습니다.

25km부터는 '부지런히' 달렸습니다.
25km을 지나며 달리는 것이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러다가 '훅!' 퍼지기도 많이 했구요.
올 가을 대회에서는 25km 이후부터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페이스를 일부러 끌어올리지는 않았지만, 느긋함을 지우고 좀더 레이스에 집중하였습니다.

35km부터는 '열심히' 아니 '최선을 다해' 달렸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피곤하기도 하고 허리도 접히고, 뭐 다들 그렇죠? ㅎㅎ
춘마에서는 35km이 가까워지자 대드포인트가 찾아왔습니다.
중마에서는 38km부터였던 것같구요.
아마 춘마 때보다 평균적으로 늦게 달린 덕분이겠죠.

마무리 1. '레이스' 대신 '페이스'를 선택한다.
열심히 훈련했으니, 목표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아니 이룰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그런데 매일같이 '목표 사냥질'을 하는 터에 '마라톤마저 사냥터로 만드는 것'은 좀 아니다 싶더라구요.
대신 '주로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으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마무리 2. '시각장애인입니다'라고 분명히 외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주로에서 주자들로부터 양보를 얻는 데 분명히 효과적입니다.
긴장하지 않고 안전하게 달리는 데 아주 효과적입니다.
게다가 주로에서 나를 만나는 데 효과적입니다.
시각장애는 '내 모습'이자, '내 알맹이'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3. 마라톤은 '서로 함께' 달리기이다.
힘든 중에도 주로를 양보해 준 많은 주자들,
썰렁한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준 해병대 출신 두 아저씨,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 준 안토니오 형제,
앞에서 가냘픈 목청으로 애써 양보를 부탁해 준 채라씨,
춘마와 중마 모두 넉넉한 마음으로 동반주 해 주신 숏바 형님,
앞 못 보는 이가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터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vmk 식구들과 빛나는 동반주자들,
우리는 흩어져 달리고 있지만 또 서로 기대어 달리고 있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댓글 9

우운택·2016. 11. 22. 오전 9:46:33

고양이가 필요없게 되었으니 축하해요. ㅎ ㅎ 쥐띠라서 항상 쥐와 함께 했는데, 이번에는 쥐가 도망갔지요 ?

이사익·2016. 11. 22. 오전 10:12:27

요한형제, 춘마.중마를 연속으로 sub4를 달성하시고...역시 강목달을 머서워....ㅎㅎ 축하하네

김병직·2016. 11. 22. 오후 1:13:20

고수님, 무서버? 내년에는 330 으로 고고씽 ~~

잉글이·2016. 11. 22. 오후 4:31:03

정호요한 글 솜씨도 좋지만,,맘이 너무 예쁘다.ㅎ 쿨하게 인정하고 사는 심성을 내가 좀 배워야 되는데말야.ㅋㅋ 전후반 완벽한 페이스조절 굿잡!!!

rlatkdxo·2016. 11. 24. 오전 12:03:24

늘 쾌활하게 긍정적으로 임하는 요한 형제님! 늘 응원합니다.

김상태·2016. 11. 24. 오전 12:04:13

늘 쾌활하게 긍정적으로 임하는 요한 형제님! 늘 응원합니다.

김상태·2016. 11. 24. 오전 12:04:53

늘 쾌활하게 긍정적으로 임하는 요한 형제님! 늘 응원합니다.

황민연·2016. 12. 13. 오전 10:23:08

'우리는 흩어져 달리고 있지만 또 서로 기대어 달리고 있습니다' 요한의 말입니다

황민연·2016. 12. 13. 오전 10:24:05

'우리는 흩어져 달리고 있지만 또 서로 기대어 달리고 있습니다' 요한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