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우리는 꽃을 ....

고호재·2009. 10. 13. 오후 4:54:52
  우리는 꽃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꽃을 사랑하는 방식이 다분히 우리 위주입니다.
우리가 꽃을 사랑하되 꽃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사랑이라고 합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책상 위가 아니라 꽃이 하루라도 살기에 더 좋은 창가로 옮겨놓아야겠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습니다.
답답한 공기 속에 가져다 놓고 꽃을 사랑하지 말고 신선한 바람이 더 잘 드나드는 곳에 꽃을 옮겨놓고 사랑하면 안 될까요.
낮에도 형광등을 켜야 일을 할 수 있는 침침한 실내 공간에 화분을 들여놓지 말고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있을 곳을 마련해놓고 꽃을 사랑하면 안 될까요.
내가 일하는 방 안이 아니라 창밖에 꽃을 내다놓고 거기서 꽃이 새소리도 듣고 후두둑거리며 지나가는 빗줄기에도 젖으며 살게 하면 그건 꽃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일까요.
꽃이 더 싱싱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는 곳이 어느 자리일까를 생각하며 꽃을 사랑한다면 꽃이 다만 주어진 날을 견디며 시들어가지만은 않을지도 모릅니다.

- ‘우리가 사랑한 꽃은 다 어디 있는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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