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아이러니·2007. 10. 6. 오전 10:09:49




 
    아이러니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루카10,13)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코라진과 벳사이다는 갈릴래아 호수 북쪽에 있는 도시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곳인데,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지역에서 공생활의 대부분을 보내셨으며, 가장 많은 기적과 말씀으로 하느님 나라를 알리셨던 바로 그런 곳입니다. 벳사이다는 베드로와 안드레아, 야고보, 요한 사도의 고향이며, 예수님께서는 이 도시에서 필립보와 나타나엘을 간택하기도 하셨습니다(요한1,43 이하). 사도들의 절반이 이 벳사이다 출신이며 예수님께서는 그곳에서 많은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소경을 고쳐 주기도 하셨으며,(마르8,22 이하)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오천 명 이상을 먹이신 곳도 바로 벳사이다였습니다.(마르6,30 이하) 그만큼 이 도시들에 대한 예수님의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사람들의 냉담한 반응에 예수님께서는 무척이나 안타까워하시며 그들이 회개하지 않는다고 꾸짖으시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요? 상식적으로 보면 예수님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그 분께서 행하신 그 많은 기적들을 직접보고 또 감동적이 말씀을 수 없이 많이 들었는데 그들은 왜? 회개하지 못한 것일까요? 우리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 오히려 그렇지 못한 경우를 우리는 때때로 만나게 됩니다. 바로 인생의 아이러니이지요.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카리옷 사람 유다스가 스승인 예수님을 배신하고 팔아넘긴 것도 바로 이런 종류의 일입니다.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예수님을 오랫동안 모셔 온 그가 스승을 배신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정작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자매가 들려 준 이야기입니다. “제 시어머니는 성당에 열심히 다니시는데, 며느리인 저에게 하는 걸 보면 도대체 성당에 다니면 뭘 하나? 하는 강한 회의가 듭니다.” 또 다른 분께서는 “제 형님께서는 성당에서 하는 봉사는 열 일을 제쳐놓고 열심히 하십니다. 그런데 집안일은 하나도 거들어 주지 않습니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는 일에는 너무 무심하십니다. 형님만 생각하면 성당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 버립니다.” 신앙 따로 행동 따로 인 모순적인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신앙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됩니다. 성당에 아무리 열심히 다녀도 가정 안에서 직장 안에서 이웃 안에서 제대로 행하지 못한다면 결코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신앙인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단순히 성당에 몸담고 있다고 해서 또 성당에서만 열심히 봉사한다고 해서 저절로 신앙이 성화되거나 성숙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참 신앙인, 성숙된 신앙인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성숙된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먼저 참된 인간이 되지 못하면 결코 참된 신앙인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주 자주 자신을 돌아보면서 서로 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하면서 삽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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