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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님******

꽃분이·2007. 1. 6. 오후 10:16:40


형님

 

형님은 뛰어난 선생님이었다.

내가 묻기 전엔 본인이 먼저 나서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았고

할 줄 아는 거라곤 ‘텃밭농사’ 따위의 책을
읽는 것밖엔 없으면서도

‘자연농법’이랍시고 밭을 잡초투성이로 만드는
도시 여자를 흉잡는 일도 없었다.


게다가 농사 기술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농사철마다 주의해야 할 몸가짐도 알려줬다.


늦은 봄까진 눈꼽파리나 깔다귀가 극성맞으니

반드시 긴팔 긴바지를 입고

목단추며 소매단추도 잠글 것,

여름철엔 말벌이 무서우니

풀섶을 헤칠 일이 있으면 조심할 것,

처서 전후론 뱀들이 땅속에 들어가기 전에

먹이를 많이 먹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반드시 장화를 신고 다닐 것 등등.


그러나 그 선생님은 학교교육이라곤

입김도 쐬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당신을 책을 졸졸 읽는

다섯 살배기 손주만도 못하다 했다.


글을 모른 채 산다는 것.

그것은 학교를 스무 해 가까이 다니고

이날 이때까지 그 ‘글’이란 걸
끄적대며 살고 있는 나로서는

실감하기 어려운 생활이었을 테다.


하지만 내가 글이란 걸 배우고

그걸 읽어대며 사는 동안

형님은 호미를 쥐고 당신 몸으로
이 세계를 직접 체험했다.


내가 글로 세계를 읽어대며

무언가 점점 알게 된다고 착각하면서

어쭙잖은 이론으로 제 고집을 세우곤

우기고 으스대면서

저 혼자 들떴다 절망했다 하는 사이

형님은 구태여 모른다, 안다에 매달리지 않고

필요하면 한땀 한땀 잔누비질 하듯 이

세계를 경험해왔던 것이다.


형님은 일평생 그다지 희망에 부푼 적도

그다지 절망에 빠진 적도 없는 듯했다.


… 형님은 배웠다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그 야릇한 자의식에 가득 찬 자존심이 아니라

어떤 요행도 바라지 않고

꾸준히 살아온 사람들의 자존심,

몸에 저절로 스며들어

자신도 거의 의식하지 않는

자기존중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하여 형님은 무엇보다도
‘자연스런’ 사람이었다.

- 유소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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