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체험

ㄱㄱ·2009. 4. 13. 오전 6:27:56
†  부활하신 주님, 
회개하고 보속하오니
모든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세세 홀로 영광 받으소서!
 
 
교회를 지킨 우리, 제대를 지킨 우리  
 
5년에 가까운 지난 세월동안, 신앙인으로써 교회 안에서나 교회 밖에서의 나의 내면 모습은
Holy Sprit  쪽보다는 거센 Fighting Sprit으로 가득 찬, 마치 적대자를 향해 촉을 곤두세운 화난 장닭의
모습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믿음이 있었지만 따름이 부족했고, 의리는 있었지만 깨달음에 있어서 아집적이었던 것 같다.
멜번한인천주교회의 이전문제와 분열, 그 일이 태동했던 애시당초 나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그 일이 터진 후 어느날 난 나란 존재가 그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딴엔 불의를 보고는 견디지 못하는 성향을 자부하며, 불의한 곳에 '정의'를 세우겠다는 
믿음 하나로 정신없이 달려온 것에 대해서 적어도  한 공동체는 그것을 인정한다고 믿는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가 '정의롭다.'고 믿고 추진해온 과업의 핵심에는 오직 하나의 뜻이 있다.
 '주님의 몸인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내게는 그 명분뿐이었다,
공동체 내부에서도 여러가지 형태로 좌절을 경험하고 실망하여 순간순간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그 하나의 명분때문에 떠나질 못하고 나갔다가도 다시 돌아오곤도 했었다.
 
공동체는 어쨌든 분열되었고, 그후 아이반호와 마운트웨이블리는 나름대로 고통스런 긴 세월을 보냈다.
구비구비 어려운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이것은 '철없는 자녀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하느님께서 내리신 집단채벌'이라고...  말하자면 지난 5년간의 어려움 앞에서 참 억울했던 무죄한 사람과,
벌 받아 마땅한 사람이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느님께서 내린 채벌이라고 믿은 이유는, 우리 모두는 사탄의 훼방에 너무 쉬이 넘어갔고,
그들 장단에 공동체가 너무 황홀한(?) 춤을 추었기 때문이다. 사탄이 내민 방식을 그대로 받아 들여,
우린 불순종 했고, 싸우고 증오했으며, 끝내는 순수한 사람들까지 아집적인 그 증오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어
미움으로 영적인 채색까지도 했으니....
그 많은 죄를 의식없이 짓는 무리 안에 나 자신이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행동대원이었음을 생각하면 그저
부끄럽고 답답할 뿐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의 말씀대로, 적어도 나에게만은, (어쩌면 나에게만 베푸신 은총일까..)  
모든 것을 서로 작용케 하시어 선을 만들어 주셨다. 부족했던 '따름'을 일깨워 주셨고, 깨달음으로 나를
변화시키셨다. 불과 두 달 사이에...
 
예비자 교리를 위해 아이반호에 처음 가던 날, 나는 운전을 하며 무척 긴장해 있었다. 
멜번에 그토록 오래 살면서도 그쪽 방향으로 나 스스로 운전해서 간 적이 없었던 첫 길이었고, 
또한 가고 싶지 않은 목적지였기에 차를 몰면서 나는 내심 '과연 잘 해낼수 있을까...' 하는 온갖 염려와 근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Eastern FW에서 내가 들어가야 할 진입로에 사고가 나서 난 프리웨이를 타고
무작정 올라갔고, 조금 가다가 초면의 길로 진입했고, 아니나 다를까 그때부터 난 부근에서 30분 이상을 헤맸다. 
헤매는 동안 좌회전을 하다가 우측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해 큰사고도 날 뻔 했다.
그러나 좋았던 것은, 30분 이상을 헤매는 동안 그 부근 길에 익숙해져 그날로 초행의 두려움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놀라운 일은, 모든 염려로 범벅이 된 나에게, 지각 때문에 신부님께 미안한 마음까지 더해져 당황한 상태로
아이반호 성당으로 들어섰는데 예상밖의 참으로 신비한 경험을 한 것이었다.
성당 마당의 잔디를 밟은 순간, 온화하고 따스한 기운이 땅에서 올라와 나를 감싸는 것이었다.
그 기운은 내 마음의 모든 불안과 걱정과 미안함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했다.
그 기운에 쌓여 나는 신부님께서 교리를 하고 계시는 성당으로 발길을 옮겨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내게는 그것이 아이반호 성당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첫순간이었다.
채플 내부는 참 아름다웠다. 근데 첫눈에 제대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성전에 들어서자 마자 제대를 보았는데 찰나적으로 내 안에서 울컥! 하면서 무언가가 내 감성을 치며 올라왔다.
갑자기 제대를 안고 한없이 울고 싶다는 강한 느낌에 사로잡히는 것이었다. 제대를 안고 울고싶다는 그
북받치는 느낌이 왜 그 순간 올라왔는지 그때는 몰랐다.
 
내가 지각하는 바람에 시간에 쫓기신 신부님은 몇분 후 바로 나가시고 마이크를 받아쥔 내가 교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난 마치 내 집에 온 사람처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게 교리를 가르쳤다.
성령께서 함께 하셨고 성령께서 나를 인도하셨음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게 교리는 시작되었다.
첫 교리 마친 후 교리도우미로 나와 함께 하시는 사목회 선교부장님께 난 성당 안에서 보다 회의실같은
작은 방에서 교리를 하고싶다고 요청했고, 그것은 바로 접수되어 그 다음 주일부터 회의실에서 교리하고 있다.
그 첫날부터  5주 교리를 하는동안, 난 신부님과 대화는 커녕 얼굴조차 뵙지 않고 교리 시간에 맞추어
회의실로 가서 교리를 가르치고 마치면 곧바로 나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주일미사는 성패트릭에서 바쳤다.
 
2주 전, 부활판공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아이반호 성당 주일미사에 참례하였다.
윤신부님 얼굴도 교리 첫날 이후 그때 처음으로 뵈었다. 오하라신부님께 판공을 마치고 미사에 참례하는데
전례가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졌고 미사 내내 영적인 은총이 넘치도록 풍성하게 전해져 왔다.
육중한 대리석에 층층히 받쳐진 큼직한 석제 제대와 그 둘레에 십여명의 복사들과 깨끗한 전례복을 입은
봉사자들이 신부님과 하나되어 지극정성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모습은 주교좌 성당 외에 멜번의 
어느 성당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전례였다. 그 보기 좋은 정경때문이 아니라 그때 난 홀로 앉은 자리에서
또 한번 황홀한 체험을 했는데 그 묘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을 할까... 
내 육감을 치고 들어와 깨달음을 주신 분은 성령이셨을까... 주님의 천사였을까...
 
아이반호 성당은 한인공동체의 일부 신자들이 옮겨간 후 얼마 되지 않아 현지인 주일미사가 없어졌다.
한인들이 없었다면 그 성당은 주일미사는 폐쇄되었고, 물론 주일 성찬의 전례가 끊어질 상황이었다.   
그런데 하느님은 아름다운 아이반호 채플 제단에서 거룩한 주일 성찬의 전례가 멈추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나
보다. 그래서 일찌감치 한인공동체를 염두에 두시고 그곳에 옮기시려고 준비하셨는데, 물론 때맞춰 사탄은
그 성당이 폐쇄되기를 열망하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사탄은 우리를 분열시켰던 것같다. 성당을 폐쇄하기 위해 우리를 악으로 부치기는 것은 물론,
마운트웨이블리의 멀쩡한 교회까지 사라지게 하기 위해 격렬하게 활동하였다. 
우린 사탄이 부추긴 온갖 부정과 분열과 논쟁과 증오에 놀아났고, 그래서 완전히 분열되었고, 서로를 철저히 
증오했으며, 그 사람들이 가 있다면 천국도 마다할 정도로 철천지 원수가 됨으로 사탄을 기쁘게 해주었다.
시시비비한 논쟁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사탄의 활동은 계속 되고 있지만...
 
그러나 그 속에서도 하느님은 우리를 돌아 돌아서 승리로 이끄셨다. 
하느님의 이끄심에 우린(멜번한인천주교회)는 교회를 지켰다. 멸망을 기다리던 사탄을 누르고 교회를 부활시켰다.
하느님의 이끄심에 우린(멜번한인천주교회) 는 제대를 지켰다. 폐쇄를 열망했던 사탄을 이겨내고 
아이반호 성당에서는 주일 성찬의 전례가 멜번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날로 더 크게 차려지고 있다.
내가 성전에 첫발을 내디디던 순간, 뜬금없이 제대를 껴앉고 울고 싶었던 그 알수 없이 울컥 솟아올랐던 느낌이
난 이 깨달음과 분명 연결이 된다고 지금 믿고 있다. 우리를 움직여 많은 것을 이루려 했던 사탄은 지금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문밖에서 울고 있다...
 
하느님은 나쁘든 좋든 자녀들이 저지른 모든 것들을 서로 작용케 하여 결국은 선을 이루시는 분...
우리에게 남은 일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두 공동체가 영적으로 하나 되어 주님을 흠숭하는 것.
사랑과 용서의 주님, 찬미 흠숭하나이다! 홀로 영광 받으소서!
한 형제였던 교우들과도 화해하지 못하면서, 이웃을 사랑한다고, 아니 사랑이란 그 말조차
못하게 제 입을 다스리소서. 제 마음을 다스리소서. 주님, 저를 온전히 당신께 맡깁니다.  
 
성삼일 전례를 아이반호 성당에서 참례하고 있다. 
몇몇 현지인 할머니들이 미사에 동참하시는 모습을 매일 본다.
주일에는 더 많은 현지인들이 미사에 참례하고 한국 신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한다.
" 여러분들이 없었으면 문을 닫았을 성당인데 이렇게 지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며
전례가 존족되고 있음을 두고 그렇게들 고마워한다고 한다.
 
그동안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주님을 사랑한다고 해온 나의 고백,
부끄러울 뿐이다.
 
 
† 부활하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께서 저를 아이반호 성당으로 보내신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저는 죽어야 할 너무 많은 것을 품고 살아왔습니다. 어둠이 너무 깊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하였으며 어떻게 하느님을 아프게 하였음이 이제야 보입니다.
당신이 빛을 비추어주시니 이제야 그것들이 보입니다.
저의 죄로 인한 상처가 보입니다.
 
주님 안의 한 형제들인 교우들을 증오하고, 교회를 미워했음이 곧 수난 당하시는 
당신 몸에 침을 뱉는 것이었고, 매질을 한 것이었고, 가시관을 깊이 누른 것이었고
십자가에 당신을 묶고 생살에 못을 밖는 행위였음이 이제야 보입니다.
 
그들이 주님을 죽이며 조롱했을 때 바리사이의 모습으로 제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제가 주님을 죽였습니다.
주님,  저를 당신 앞에 포복하게 하시고, 벌하여 주십시오.
저의 죄를 지금은 용서보다 체벌하여 주십시오. 그래야 제가 평화를 얻을 것 같습니다.
 
오늘 밤, 저는 당신과 함께 당신의 바른 도구로 부활하고 싶습니다.
가련한 당신의 이 딸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부활하시는 당신 손으로
두 손을 잡아 끌어올려 주십시오.
이 밤 저도 주님 부활에 동참하는 영광을 누리게 해주십시오.  아멘.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수도자들의 성녀, 성 스콜라스티카시여, 저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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